중랑천에서 숲생태 수업을 준비하면서 감나무를 만났다.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을 보니 감나무의 오덕이야기가 생각났다. 같이 동행한 친구에게 감나무 오덕 이야기를 꺼내면 '무신감나무가 덕이 있다고? 그것도 다섯가지나?'하면서 신기해한다. 다른 나무에 없는 감나무의 오덕이야기와 함께 감나무와 관련된 속담도 찾아보았다.
감나무의 덕(오덕)
1. 문과: 잎이 단단하고 넓어서 종이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감나무의 잎을 살펴보면 다른 나무의 잎에 비해서 두껍고 넓다. 그래서 종이가 귀한 시절에는 감나무 잎을 주워서 글 공부를 했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중부 아랫지방에 가면 집집마다 감나무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감나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선비가 공부를 할때 글을 읽고 글을 써보면서 공부를 해야하는데 종이가 없어서 돌에다 글씨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본적이 있다. 감나무 잎이 두꺼워서 붓글씨 한 자 정도는 넉넉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단단해서 찢어지지 않았을테니 글씨연습하기에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공부를 해서 과거를 급제하고 출세를 하려면 밤낮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밤에는 달빛이나 개똥벌레의 불빛을 도움받으면서 감나무 잎에 글을 쓰고 익히면서 과거시험에 합격해서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힘든 형편이나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공부했던 사람들이 감나무 잎을 종이처럼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2. 무과: 가지가 단단하여 화살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감나무의 가지가 화살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에 좀 놀랐다. 어릴때 감나무에 올라가지 마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나로썬 이해가 가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그래서 감나무 아래에서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감나무가 열린 가지가 감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아래로 휘어져 있었다. 열매가 달린 감나무의 가지는 가늘었지만 무거운 감을 두서너개나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나무 가지는 가늘고 단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예날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무술공부를 해야하는데 감나무 가지를 이용하여 화살을 만들어 무술을 익히며 무과시험에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감나무가 그만큼 사람들의 삶속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3. 충성: 변하지 않는 신하의 충성과 같음을 의미
감나무의 열매는 속과 겉이 언제나 변함이 없다 . 그래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 중에 하나 이기도 하다. 감나무의 열매가 어릴때에는 초록색이다. 이때 감나무의 씨앗도 살펴 보면 초록색이다. 감나무가 익어가면서 색깔이 주황색으로 변하는데 이때의 감씨의 색깔도 주황색을 띈다. 감이 주황색으로 익었을때 껍질을 깎아서 곶감을 만드는데 곶감을 만들어 먹을때 보면 감씨의 색깔과 곶감의 색깔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감은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겉과 속이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변하지 않은 신하의 충절과 같다고 해서 감나무의 세 번째 오덕이다.
4. 효도: 이가 없으신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홍시
눈이 내리고 서리가 내리는 겨울 감나무는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에 주황색 꽃을 피고 있다. 하얀 눈을 맞으면서도 떨어뜨리지 않은 감이 말랑말랑 홍시가 되었어도 쉽게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가지를 붙잡고 있다. 까지가 와서 감을 쪼아 먹기도 하지만 이가 없으신 부모님이 드시기에 딱 좋은 과일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수북하게 눈이 쌓여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아랫목 이불속에 발을 넣고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어머니가 장독대에 넣어둔 감홍시를 꺼내 주면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난다.
감은 나이드신 부모님을 봉양하는데 일조를 하였으니 네 번째 오덕이다.
5. 절개: 서리가 내려도 떨어지지 않고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끈기.
한 겨울 감나무에 감이 홍시가 되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른 과일나무들은 열매가 다 익으면 땅으로 떨어뜨려서 자손을 퍼뜨리려고 한다. 하지만 감나무는 어찌된일인지 다 익어서 홍시가 되었을때에도 가지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을 본 옛 어른들은 감나무가 절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쉽게 붙잡은 손을 놓지 않은 절개가 있는 감나무의 다섯 번째 오덕이다.
감나무의 오덕을 살펴보면서 감나무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과 친숙하게 살아왔는지 생각하면서 감나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마트에만 가면 쉽게 감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고 보니 감나무의 고마움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도 느끼면서 앞으로 감을 하나 먹을때만이라도 감나무의 오덕을 생각하면서 나의 오덕도 생각해보아야겠다.
감나무에 얽힌 속담
곶감빼먹듯 한다.
예전에 어릴때 감나무에서 감이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어머니가 이웃집에서 감을 한 접 사오셨다. 감나무가 없는 우리집은 일년 동안 제사나 차례에 쓸 곶감을 만들어 놓아야 하기때문이었다.
감을 칼로 돌려 깎으면 감껍질과 똑깥은 속살이 나온다. 한 입 깨물어 먹으면 단물이 줄줄 나올것 같은데 실제로 입안에는 삼킬 수 없는 강한 덟은 맛때문에 제빨리 벳어버린다.
어머니는 싸리나무를 꺾어서 껍질을 깍은 감을 꿰어서 마루 위 처마 밑에 걸어 두신다.
우리들은 날마다 마루와 방을 오가면서 곶감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약 5일정도가 되면 말랑말랑한 곶감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곶감이 덟지 않고 먹을 수 있께 잘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려면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된다. 손가락으로 눌러보아 말랑말랑해졌다면 먹어도 덟지 않고 단맛이 웅축된 곶감을 먹을 수 있다.
형제가 많은 우리집은 그 곶감의 정보를 나만 아는 것이 아니었다. 형제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즈음부터 곶감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곶감 앞을 지날때마다 유혹하는 곶감의 미소를 뿌리칠 수 없어 하나 쏙 빼서 먹는다. 물론 다른 형제들도 하나씩 빼서 먹는다.
어머니는 그런 사실을 모르실리 없겠지만 모르척하신다.
곶감이 거의 반 이상이 없어졌을때 어머니가 곶감을 걷어서 열개씩 체워서 싸리나무 가지에 꿰어서 장독대 깊숙한 곳에 넣어 두시면서 말씀하신다.
"이건 설에도 쓰고 제사에도 써야하니까 손대면 안된다."
우리들도 그것은 안다.
이제 곶감빼먹는 것은 끝이 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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